2020.10.16(수)에 산 산책들 헌책들. 에베레스트로부터 설악산 그리고 송광사 한라산까지

등산의 재구성|2020. 10. 16. 20:58

지난 수요일 원고가 끝난뒤, 마감 맞춘다고^^ 생고생한 나를 위해 헌책방에 갔다.

뭔가 솔깃한 산서 없을까 싶어서.

그러나 이번에 아쉽게도 눈에 띠지 않는다.

그래서 사지 않아도 될 책을 더^^ 사버렸다.


오래전부터 컬렉팅한 책을 그때그때 일기삼아 가볍게 소장기(記)를 쓰려 했는데 무위에 그쳤다.

이제부터라고 하겠는데, 어쩔꺼나. 기본적인 산서, 희귀한 책들은 벌써 상당부분 다 사버려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을 분들에게,

산서 컬렉팅의 ABC, 정평이 나 있는 정통산서의 모습은 없을 듯하여 약간은 미안하다.



10권을 산 것 같은데, 한권이 눈에 띠지 않는다. 벌써 어디에서 잠자고 있겠다.

이번에는 딱히 원하는 책들이 있지 않았는데, 그냥 사버렸다. 


나는 한때 산악서적 애서가(Reader 독자)였다. 어느순간 나름 장서가(Colletor)가 되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애서가 때와 장서가로 책을 사는 패턴이 다른 것 같다.

애서가일 경우 기대하는 책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면서 읽을 책 한두권 사고 말지만, 

장서가일 때는 마춤맞는 책이 있으면 그걸 다 사고, 없다고 해도 여느 때라면 사지도 않을 책들을 과외로 사버린다는 것. 

'총량불변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장서는 제어되지 않고 늘어난다.



"에베레스트 100일의 장정 - 등정 25주년 기념" 화보집인데요.

오른쪽 빨간책 , 그당시 발간된 것과 무어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25주년 기념이라고 하지만, 대원들의 회고록이나 에베레스트 초등이 한국사회나 산악계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등등 글은 전무합니다..

무슨 영문이 있어 이렇게밖에 못냈는지 궁금해요.


이 책은 2019년 여름에 헌책방에 나와 있던 책인데요. 

1년 반이 다되도록 찾는 사람이 없는 걸 안타까워하다가 결국 내가 거두어 들이기로 했어요.



그래도 굳이 산 명분^^은 이렇게 2001년 김영도 당시 에베레스트원정대장의 2001년 사인이 있고, 당시 대원인 김병준 선배의 사인 "Thinking Of Everest"가 있어서입니다.


최근에 어느 자리에서 사인을 부탁드렸더니 "Thinking Of Mountaineering"이라고 써더군요.



"송광사 역사 사진전1(송광사 성보박물관편 2009년)

등곡 병렬스님(1905-1959)의 사진들을 유가족이 기증해서 전시한 도록인데요.

그 시절 등곡 스님이 여행한 명승지(해인사. 금강산. 평양 동룡굴 등)가 들어 있네요.

그 사진들도 사진들이지만,


굳이 산 명분^^은 특히 이 사진을 공유할까 싶어서요.

"군수물자 송진 채취 기념" 쇼와 13년이니 1938년이네요. 1938년이면 중일전쟁용일까요.

송진 채취를 한다는 말만 들었지 이렇게 네모 반듯한 상자에 담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리고 송광사 내 수석호에서 웃통벗고 배놀이를 즐기는 모습도 소개해 봅니다.

웃통 벗은 걸 보면 일본인일 듯 하고요. 당시 절이 저렇게 유흥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어떻게 보면 유흥의 중심지 역할도 한걸로 압니다.


이근후 선생님의 "Yeti, 예티 네팔 한국 꽃 우표를 가꾸다"

이 책을 샀던가 긴가민가 했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예전에 산 건 "예티 히말라야 하늘 위를 걷다"이네요. 휴우 다행.


이근후 선생의 네팔 우표 시리즈는 한권 더 있습니다. "예띠 네팔의 문화유적을 순례하다"입니다. 새책으로 살 여력(?^^)은 없고요. 언제 들어오겠지요. 이근후 선생이 최근 쓴 책들은 베스트 셀러가 많죠. 책제목만 보아도 좋습니다.


7*2 등산일기

중국의 부동산 갑부가 쓴 세계 고봉 등정 에세이집입니다.


우리나라엔 산악인 엄홍길씨가 14좌의 대명사인데요. 중국 13억 인구에게는 누구더라 어느 부동산 초(超)갑부의 14좌 레이스에 감동하고(했고) 있습니다. 7,8년 전에 한 10개 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고산등정과 부동산 사업이 서로 광고효과도 있고, 선순환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업수단이 대단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야심만만하게 8000m를 시도하는 '가진 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고산의 아포리즘과


이렇게 저렇게 적당한 고산등반 에세이가 있습니다. 고산등반이 막 시작한 중국 인민들에게야 환호성을 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엔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정가가  25,000원이나 해서 자료로서도 구입의지가 아예 없었는데, 이번에 원하는 자료가 없는 바람에 굴러 들어왔습니다.



빗방울 화석은 시 동인회 이름으로 알고 있고, 이 책은 백두대간을 하면서 쓴 시집입니다.

시를 감상할 줄 모르고, 시에는 제가 원하는 '자료'가 없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등산서적이라.



신대철 교수. 아시아 황금피켈상 시부문 심사위원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시인이죠.

이번에 함께 들어왔습니다.



시보다도, 시집 말미에 있는 1968,9년 휴전선 GP근무할때 시가 재미있더군요

그중에 압권. 자료로서 가치 압권.. 1969년 5월 휴전선 GP에서는 라면 월 4회. 돼지고기 월 6회 닭고기 월 1회 보급되었군요. GP하고 일반 부대하고 '질'의 문제이지 식단은 똑같았겠죠....


지금은 군대에서 광어 회도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이 책도 예전에 분명히 산 책. 어디에 갔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이번에 특별한 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또 산책.



설악에 관한 시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아무거라도 설악산 팩트 하나입니다.  

넘겨보았는데 없는 듯. 그래도 산다. 산에 관한 책이라서.



2003년 한국산서회 연보 "산서"입니다. 역시 작년 여름부터 누군가를 기다리던 책.

이때는 제가 가입하기 전이라 이 책은 두세권 밖에 없는 듯 하여 제가 거두어 줍니다.



이 책도 작년여름부터. 결국 선택받지 못하고. 

처연하게 나를 올려다 보는 모습이 애처로와 거두어 줍니다.


물론 이 책은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



산서회 가입한지 몇년째이지만, 그때까지는 산서회 회보에 글을 감히 투고할 생각도 못하고.

-그건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건줄 알았어요 - 누가 나보고 투고하라고 말한 적도 없고...


그랬는데, 이때 처음 '조심조심' 기고한 글입니다. "무레사네' 명칭에 관한 작은 이야기

무레사네는 일제시대  양정고 산악부 그리고 안창호 선생의 흥사단과 관련 깊은 등산모임이죠. 

그런데 기존에 나와 있는 텍스트들은 '소설'화 된 게 많습니다. 

제가 '뉴스 사실은' 한번 써 보았습니다.


김영도 선생님께서 총평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김진덕 회우가 누구인지 몰라요. 그런데 이런 대단한(^^) 글을 썼어요.  

산서회에서 이런 사람 격려해 주어야 해요'


그때 사실 김영도 선생님 뿐 아니라 내 이름도 잘 모르는 회원분들 많았다. 얼굴이야 알지만.

대학산악부출신도 아니고, 유명한 산악회 출신도 아니니 말이다.


아 참, 칭찬의 힘이란 게 실제로 있더라. 

이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산서회 회보에 한편 또는 두편씩 '세상에 없던^^ '글을 기고하게 된다.

모으면 책 한두권 분량이 될텐데....~










신촌에 있는 그 헌책방은 '학교 다닌듯' 다닌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무얼 묻고 듣고 한지는 몇년 안된 것 같다. 

올해들어 문닫을 무렵 술한잔 하는 즐거움도 누리게 되었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교유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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