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비너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한 것들.

장비의 세계|2019. 12. 20. 17:50

클라이밍에 관한 열정은 치열한 오름짓에도 등장합니다. 제 관심은 클라이머가 스스로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장면입니다. 기존 장비의 결핍에 순응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그 마음씀씀이에 항상 경의를 표합니다. 

 

 

 

그 중에 오늘은 카라비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보기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하켄이나 피켈 등등과 달리 카라비너는 상당히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암벽장비입니다. 아쉬운 것은 유럽에서 태어날 당시 초기 모델은 제대로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카라비너 속사정을 아는 분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한때 강남 한복판인 역삼동 산악박물관에 있던 자료인데요. 지금은 전부 속초 산악박물관으로 옮겼다고 하죠. 따라서 실물로 볼 순 없습니다. 카라비너 안은 이렇게 스프링과 부속들이 있는데, 볼펜 속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카라비너가 태어나게 된 계기는 대체로 1900년대 독일의 오토 헤르조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첫모델은 어떤지 확인이 되지 않는군요. 20210813 추가--> 그리벨사(grivel)의 THE HISTORY OF CARABINERS라는 글에서 이런 사진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History of the Carabiner 로도 검색해 볼 것)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일본은 1920년대에 '등산'이 아니라 '암벽등반'이 수입됩니다.

 

 1920년대 RCC라고 최초의 사회인산악회가 만들어지고, 그들은 말그대로 '전위적'인 록클라이밍을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직접 장비를, 그것도 상당히 제작이 어려운 카라비너를 '국산화'라는 이름으로 시도합니다. 그들의 열정을 한번 보겠습니다.

 

 

 

10여년 전 소장한 일본의 산서입니다. "산에의 도전 - 등산용구가 말한다"라는 책이죠. 그시절은 일본어를 전혀 몰랐습니다. 따라서 한자 몇개로 대강의 느낌만 파악했죠.

 

사진은 1928년 RCC보고서2의 한장면인가 봅니다. 초기 국산화한 카라비너라는 이름인데요. 일본책이니만큼. 사진의 우측 카라비너부터 보아야 합니다.보시다시피 너트로 잠구려 하는 눈물겨운 시도도 있었습니다. 이제 일본어를 읽을 수 있으니까, 대강 이런 내용이네요. 이 장비는 그러나 암벽등반 중 볼트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두번째 모델이 만들어졌는데, 이건 추락할 경우 개폐구가 열릴 가능성이 생겼다....

 

아무튼 저는 이 그림이 '판타지'인줄 알았습니다. 실제가 아니라 그들이 상상으로 도안을 한 거라는 거 말이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언제 산건지 모르겠는데, 책장에서 꺼낸 일본어 산서를 뒤적이다가 놀라운 사진 한장을 만났습니다.

 

 

실제 그시절 RCC의 리더인 등목구삼의 등반구가 일본의 오마치 등산박물관에 있습니다. 1920년대 장비가 말이죠. 오늘은 그 중에 우측 하단의 카라비너를 집중해 보겠습니다.

 

 

위쪽의 오형 카라비너가 아무래도 유럽에서 가져온, 그러니까 1920년대 당시 카라비너로 보여집니다. 하단에 바로... 볼트 너트로 여닫는 카라비너가 실제로 있군요....~

 

한국에서는 6,70년대 신촌 모래내 금강을 대표로 해서 장비의 개발, 개량 그리고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시절을 '황금시대'라고 봅니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 그리고 그시절 산악인들에 대한 경의를 품고 있는 분이라면 새삼 감동을 할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산악계에서 1920년대 중반은  유럽에서 막 록클라이밍이라는 문화가 수입되던 때입니다. 수입되자마자 장비를 국산화를 하려는 노력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이렇게 기록을 하고요.

 

 

역시 자료는 많아야 합니다. (광고방송^^ - 다시말해 자료는 모여야 하는거죠). 그리고 원어를 읽을 수 있어야 겠고요.^^.

 

두권의 책 특히 "산에의 도전"이라는 책, 다시- 아니 이제 읽을 수 있으니, 우리에게 흥미로운 부분이 적지 않네요. 일본인들의 꼼꼼한 기록정신을 다시 새겨보게 됩니다.

 

한국의 몇몇 등반교재에 등장하는 짤막한 등산사, 장비에 관한 "짤막한" 역사에 결핍을 느끼는 분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거라 봅니다. 그 중에 몇몇 장면을 시간나는대로 한번 올릴테니, 관심과 기대 부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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