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줄을 안전벨트 어느 쪽에 걸어야 할까요?

장비의 세계|2021. 7. 11. 17:40

클라이밍에 관한 큰 이야기는 남들이 다 해놓았으니^^, 오늘도 소소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주제는 확보줄, 확보기 그리고 그리그리는 안전벨트의 어느 쪽에 걸어야 좋을까요? 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습니다.

왼손잡이는 오른쪽에, 오른손잡이는 가급적 왼쪽 장비걸이에 걸어야 한다입니다.

 

안전벨트에는 기어루프가 4개 있습니다.

인수봉과 같이 멀티피치 클라이밍을 할 때는 이 기어루프에 각종 장비를 걸게 되는데요.

이 장비들도 대체로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퀵드로, 너트와 프렌드 등 등반할 때 필요한 장비가 있죠.

한편, 등반이 종료되거나 하강할 때 필요한 확보줄 그리그리와 튜브확보기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네스 왼쪽 오른쪽 기어루프 앞쪽은 어떤 걸 걸어야 할까요?

당연히 '재빨리' 볼트에 뀌어야 할 퀵드로와 프렌드 등을 걸어놓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등반이 종료된 후 필요한 확보줄과 그리그리 등은 당연히 뒤쪽 기어루프에 걸게 되는데요.

이건 자연스러우니만큼 하나마나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를 넘어서서 확보줄 등은 안전벨트 어느 쪽 뒤에 걸어야 좋을까요? 입니다.

 

지금 이 사진은 네파가 진행하는 '손정준과 함께하는 한국의 암벽- 하네스'편입니다.

손정준은 보통 오른쪽 앞 장비걸이에는 다섯개, 왼쪽에는 3개의 퀵드로를 건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저는 주로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거는 스타일이라서 오른쪽에 장비를 많이 차는 편인데요"라고 말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손정준은 오른손잡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5.13급 루트라면 퀵드로를 걸어야 할 포인트가 정해져 있을거라고 봅니다.(하수라서 추측^^)

그러나 인수봉의 많은 루트들은 그렇지 않고 홀드가 좋은 경우가 많고, 따라서 자기가 편한 손을 많이 사용하게 되죠.

손정준처럼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말입니다.

인수봉을 오를 때, 안전벨트 한쪽에 있는 퀵드로만 없어지는 경험 다들 많으실겁니다.

 

또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으로 퀵드로를 꺼내서 볼트에 클립하는 것이 '안전한'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손이 자꾸 오른쪽으로 가게 되는데, 클립포인트에서 꺼낼 때 확보줄이 걸리적거리면 조금 낭패죠.

이런 까닭에, 왼쪽 기어루프 뒤쪽에는 클라이밍 할때는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을 거는게 좋습니다.

그 장비들은 하강기. 확보줄. 그리그리. 튜브확보기 등입니다.

 

이제 하강할 때 볼까요?

 

지금 이게 전형적인 하강자세입니다.

오른손으로는 하강기 아래쪽을 잡아 제동을 하고, 왼손만을 이용해서 앵커에서 확보줄 카라비너를 빼서 걸게 됩니다.

이때 당연히 안전벨트 왼쪽의 기어루프에 확보줄을 걸어야겠죠.

 

만약에 왼손잡이이고, 왼손을 제동손으로 한다면 반대로 오른쪽 기어루프에 확보줄을 걸게 되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간혹 보면, 오른손이 제동손인데, 확보줄을 오른쪽 기어걸이에 거는 경우를 봅니다.

이때는 로프와 확보줄이 마찰을 일으키게 됩니다.

생명줄이라고 하는 확보줄이 조금이라도 손상을 입게 하는 습관은 좋지 않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오른손잡이는 안전벨트 왼쪽의 두번째 기어루프에 확보줄, 확보기, 그리그리등을 걸어야 '인체공학적'입니다.

 

글에 맞는 사진을 찾기가 쉽지 않는데요.

이 클라이머는 그래서 왼손잡이이라고 추정이 됩니다.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을,  안전벨트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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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니 우측이니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테고요.

습관적으로 좌측이나 우측에 거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 습관이라는 게 무섭죠. 한번 고정되면 반대쪽에 걸어놓으면 뭔가 어색합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고민 끝에 둘 중 하나를 취사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클라이밍에 입문시킨 선배의 말대로 별생각없이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의 선배는 물론 이유가 있어서일테고, 그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유는 사라지고 결과만 남게 되는 건 세상이 다 그렇죠.

 

좌측 우측도 물론 기본적으로 취향이기에 몸에 익은 나는 그렇다 치고,

후배들에게 가르쳐 줄 때는 - 갓 태어난 오리처럼 나만을 믿고 따르는 - 0.1%라도 수승한 방식을 권해야하죠.

그 후배들은 이제 그 방식에 맞추어 습관이 들고 몸에 익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제 이야기가 맞다는 것은 아니고요.

주말에 비가와서 등반을 하지 못해 집에서 쉐도우 클라이밍을 할 떄, 한번쯤 생각해 볼 꺼리는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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