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한국산악회 뺏지 하나...

등산의 재구성|2020. 1. 30. 01:03

그동안 모은 수천개의 뺏지를 두 종류로 나눈다면, 산악계 뺏지와 등산기념 뺏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악계 뺏지는 원래 만든 갯수도 적었고, 새삼 시장에 잘 나오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입니다. 그 중에 제일 아끼는 뺏지 중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티롤 모자 형태에 띠를 두르고 그 가운데에 전문산악을 상징하는 에델바이스가 있습니다.

에델바이스에 CAC라고 적혀 있네요. Corea Alpine Club, 그러니까 한국산악회의 이니셜이죠.

 

 

모자 오른쪽 상단에 푸른 녹이 슬어 있는 게 상당한 연륜을 증거합니다. 도안도 남다릅니다. 

뺏지의 재질도 여느 것들과 아예(!) 다릅니다. 산악계 뺏지들은 60년대와 70년대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는데, 그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1960년 이전, 그러니까 1950년대 작품일거라는 심증이 강합니다.

60년대 산악계 뺏지들은 거개가 나사식입니다. 그런데 이 건 옷핀 형식입니다. 일본의 뺏지 -그들은 산뱃지라고 부릅니다.- 방식을 차용했습니다. 한국산악계 초기의 형태임에 분명하고요. 이 점에 있어서도 50년대라고 추정을 할 수 있습니다.

 

1974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등산학교를 창립하고 초대교장을 맡았던 고 권효섭(전 대한산악연맹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뺏지들 중 일부입니다. 몇년 전까지 역삼동 산악박물관에 있다가 지금은 속초산악박물관으로 이관되었죠. 그의 방대한 컬렉션에도 이 뺏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관될 당시 역삼동 산악박물관 소장 장비들은 사진으로 모두 찍고 자료집을 발간했다고 합니다. 저는 언젠가 마운틴지 남선우 발행인과 잠간 이야기를 나눌 적에 방대한 사진 파일 중에 이런저런 소품들  사진들만 넘겨 받았는데요. 지금 돌이켜 보자면 상당히 아쉽습니다. 좀 더 뻔뻔하게 피켈, 아이젠 등등을 담은 모든 사진파일들을 자료로 부탁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한때 산악계도 뺏지를 모자에 달고 다니는 유행이 있었습니다. '번개'맞아 부상을 입을 가능성 때문에 사라졌다고 하지만, 실제는 등산애호가들이 '개나소나' 달고 다니게 되자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산 이은상 회장의 모자에도 몇개의 뺏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왜 지금까지 한국산악회 50년사(史)를 들추어 볼 생각을 못했을까 싶네요. 책에는 분명 이 뺏지가 언제적 만들어졌는지 나와 있을텐데 말이죠. 글의 힘은 바로 이렇게 생각을 명료하게 하는 데에도 있습니다.

 

등산기념품 뺏지 말고 산악계 뺏지를 최고로 컬렉팅한 이는 누구일까요. 그는 다름아닌  고 손경석 선생님입니다. 그분은 "회상의 산들"에서 일제때 백령회 뺏지부터 3000여개(?!)의 국내외 산악계 뺏지를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그분의 서재에 들러 뺏지가 담겨있는 상자 일부를 보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시간에 쫓겨 사진을 충분히 찍지 못한 것 역시 너무 아쉽습니다. 지금은 모두 속초산악박물관으로 갔다고 하죠. 언제 그 귀한 컬렉션을 볼 인연이 있을까 싶습니다.


 

 

인터넷에 이런저런 걸 소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등산박물관이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산악계 많은 분들이 당신의 소장품들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려주길 하는 바램입니다. 이런게 모여 한국의 산악문화를 풍성하게 하리라 믿습니다. 외국에서는 유래를 볼 수 없는 일을 우리는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상 한국산악회 초기 뺏지 한점으로부터 풀어낸 이런저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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