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산 박영래 기자의 '산희평' 2장.
산악계는 애시당초 공부하라는 애비 에미 말을 귓등으로 넘기고 산에 가는 별종들이 득세해야 제대로 된 곳이다. 그러나 시절이 하수상하여 대부분 맥아더 장군의 노병인양 사라졌다. 그 중에 아직도 멸종동물인양 종로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 중에 박영래가 있다.
월간산 박영래 기자에 얽힌 허다한 전설들이 있다. 나도 그중에 두어개 들은 적이 있다. 청혼을 하면서 소주 한박스를 마셨다는 등등의 이야기 말이다. 영웅들이 사라진 시대에는 그것을 듣고 적어후세에 전달해야 하는 수순이 오는데, 아직 산악계에 그런 사가(史家)들이 눈에 띠지 않는다. 나에게는 자료를 소개하는 몫이 있으니, 오늘 그의 산희평을 여기에 올려본다.
박영래는 월간 산 초창기부터 줄기차게 페이지 한장에 그때그때 만화를 올렸다. 산악계를 한걸음도 떠나지 않은게 세상에 1,2년이 아니라 세상에 4,50년이란다. 일본의 "산과 계곡"사에도 그와 비슷한 인물이 있는 듯한데, 그 모든 산희평을 모아 책으로 낸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정상적'인 산악계라면, 박영래의 산희평을 모아 단행본으로 내어야 할 것이다.
한국산서회 회보 "산서"에는 언제부터인가 그의 산희평 한장이 실렸다. 2019, 2020년 산희평을 담은 봉투인데, 동국대산악부OB인 호경필 형의 새해 선물로 받았다. 그는 등산박물관을 응원,지지하는 선배 중 한명이다.
봉투를 보자. 월간 산과 조선일보와의 커넥션을 이렇게 확연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또 있을까. 조선 뉴스프레스라는 처음 듣는 이름 아래, 월간 산이 있다. 한떄 우리랑 같이 했던 월간 낚시는 어디에 갔는가. TV에 '도시어부'가 흥행인데 말이다.
듣건대, Imf 직후였던가. 그시절에는 등산의류회사의 광고들로 월간산 광고비로 조선일보 주간지와 월간지가 먹고 살았다더라. 지금은 어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돌파구는 있을 것이다.
2019년 산희평이다. 제목이 '우이독경'이다. 작년인데 벌써 오래전 옛날인듯 이게 그시절 무슨 상황에서 나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허나!
그래도 내겐 원본이 있다. 원본이 주는 힘이 있다더니 사실이다. 첫번째, 내가 참 많이 컸다는 거다. 월간 산을 허다히 보면서 박영래는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산악계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 이 별로 없는 터에 그의 작품 원본이 오게 되다니, 이런 호사 아무나 누리지 못할 것이다.
두번째, 박영래의 산희평이 인터넷에 얼마나 나돌 것인가. 월간 산 잡지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구독하는 줄 모르겠지만, 내가 올리는 이 작업이 박영래라는 이름을 잊지 않게 하는 일환이면 좋겠다. 술자리에서 구라푸는 건 그 순간 사라지니 허망할 뿐이다.
그는 1,2년도 아니고 4,50년 줄기차게 '한번뿐인' 인생을 걸고 고민하고 매달 월간 산과 작업을 해왔다. 뭐 이런 천연기념물이 또 있을건가. 술집에서 그와 형동생하는 이들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런데 그를 제대로 소개하는 이가 있으려나. 한 인간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평가하는 이는 아무래도 그들보다 아랫세대이면서 어쩌면 아웃사이더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쥐띠해 경자년에 그가 산서회에 건네준 산희평이다. 산서(書)와 산서(鼠)를 겹쳐서 만들었다. 발칙한 상상력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 5,60년 줄기차게 월간 산에 있었는데도 이게 가능한건 무얼까.
그와는 산서회에서 두번, 결혼식장에서 한번 함께 한 적이 있다. 나야 말주변도 없고해서 말추렴없이 그냥 함께만 했다. 속초 국립산악박물관에서 산악인 구술작업을 벌써 4번째 하고 있다. 곧 박영래도 구술작업의 대상이 될 것이다. 누구일지 인터뷰어가 집요한 이면 좋겠다. '늙은' 그가 펼치는 '구라'를 따라 적지 않고, 집요하게 파헤치는 그런 이라면 좋겠다. '젊은' 그를 환기시켜 고통으로 상처 주는 이라면 좋겠다. 인생은 후회와 고통의 점철이니 말이다. 그런 글이 후배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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