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몽블랑 등정자인 박석윤에 대해 더 읽을꺼리들.
박석윤, 일제시대 최고의 '문제적 인간'이라고도 한다. 당대 최고의 엘리트이자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는 야구, 농구 등 많은 스포츠에 최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수많은 신여성들이 흠모한 매력적인 남성이었고, 정재계에서도 발군의 두각(?)을 보였다. 그리고 교유관계도 방대했고 탁월했다.
산악계에서도 그의 이름은 등장한다 조선인으로서 최초 몽블랑 등정자라는 사실 말이다. 이 사실은 손경석 선생님이 처음 밝힌 걸로 보여진다. (우연히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명예교장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에 의하면 처음 밝힌 이는 한국산서회 회원인 박용수라고 한다. 박용수는 산경표관련하여 책을 한권 내기도 했다.) 나로서도 최초로 밝힌 점이 있다. 초등 당시 그와 함께한 일행이 누구인지 말이다. 일행이 누구인지가 곧 그 등산의 성격이 드러나기 때문에 소홀히 할 부분이 아니다.
그런데 산악계에서 그에 대한 지식은 지극히 표면적인 수준에 머무른 느낌이 적지 않다. 아래는 박석윤을 알기 위한 몇명의 키맨 또는 실마리가 될 책들을 소개할까 한다. 다만 그가 친일파니 아니니 하는 것은 여기서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니 생략한다.
"진격의 독학자들"
이 책에 "시대의 마운드에서 퇴장당하다"라는 제목으로 조선야구의 시작과 끝 박석윤 편이 있다. 야구사에서 그는 지금까지 유일무이한 기록들을 몇개나 갖고 있다. 야구를 통해 박석윤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글이다.
*추가) 지금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 글은 한국일보 연재 기사로도 읽을 수 있다. 필자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인 김민섭이다.
야구 이야기를 하니, "플레이볼"을 강추하지 않을 수 없다. 플레이볼! 조선 타이완 만주에서 꽃핀 야구 소년들의 꿈 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일제시대 야구를 놓고 일제시대를 조명한 재미있는 책이다. 휘문고보. 고시엔야구. 식민지 조선 등등 재미있는 글이라 거듭 추천한다.
기억나는 일화중에 이런 것도 있다. 일본인 학교인 용산중학교가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일본으로 건너간 그들은 경기중 사인을 놀랍게도 조선어로 주고 받는다. 코믹 영화의 한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 "윈드토커"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차대전 때 일본군과의 암호전쟁에서 미군이 이용한 건 미국 인디언 나바호족의 언어였다. 그들의 복잡한 언어는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해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석윤은 특별한 시기에 특별하게 등장한다. 총독부가 권력이양을 여운형에게 넘기려 할때 중간에 밀사 노릇을 한 이가 바로 박석윤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여운형과도 그는 연결이 되니 여운형 관련 책들도 볼 필요가 있겠다.
박석윤은 주지하다시피, 교토의 명문 3고를 나오고 동경제대 법학과를 졸업한데서 그치지 않고, 케임브리지대에도 유학을 했다. 이런 조선인 얼마나 있을까 싶다. 1930년대 중반 명사들에게 올여름 무엇을 읽을 건지 물었더니, 그는 10권 모두 정치, 경제관련 영어 원서를 거론할 정도의 엘리트였다.
친일 신문인 매일신보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는 조선인으로서는 최고위 직책이었고, 조선 총독이 그의 뒷배를 봐주었다. 그런데 최고의 민족운동가 여운형과 연결되다니...
박석윤은 최남선의 여동생과 결혼했다. 그러니까 처남매부사인 셈이다. '나의 할아버지 육당 최남선"은 최남선의 손자인 최학주의 회고글이다. 여기서도 박석윤에 관한 그의 추억과 평가가 담겨 있다. 동시에 주지하다시피 최남선은 북한산자락 우이동에 살았다. 그의 저택에 대한 묘사, 당시 우이동에 대한 묘사 등등도 궁금할텐데 이 책에 언급되어 있다.
또한 창동역에 살았던 명망가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창동역은 경성 번화가에서 떨어져 있긴 하지만, 철도가 있어 교통이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 창동과 우이동에 살았던 그들의 글과 사진들이 더 발굴되기를 바란다. 아무튼 이런 책들이 실마리가 되어 박석윤에 대한 새로운 자료들이 더 등장하면 좋겠다.
*추가) 박석윤의 아내 그러니까 최남선의 누이동생인 최설경이 잡지사와 인터뷰한 것 등등 박석윤에 대한 여러 자료들은 네이버 블로그 반거들충이 한무릎공부 에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참고로 호기심꺼리이긴 하지만, 조선인 여성 최초로 3000m 높이를 올라간 여자가 누구인지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곧 추측이지만 답을 밝혀보겠습니다. 이상 박석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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