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최초의 월악산 사진을 발굴하다.

등산의 재구성|2020. 2. 13. 19:51

월악산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건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즈음부터입니다. 그 이전에는 수려하긴 하되, 충주와 제천에 있는 궁벽한 지방의 산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만큼 월악산 최초의 사진과  최초의 산행기는 그리 오래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연한 기회에 월악산 흑백사진을, 그것도 자그마치 1921년에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산악계에 소개해봅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작년12월 10일 일제시대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유리건판 3만6천여점을 공개했습니다. 그 대부분은 민속학이나 고고학에서 관심을 가질 사진들인데요. 곳곳에 산과 여행관련한 자료들이 숨어 있습니다.

 

클릭클릭해 가는 중에 "충북 제천 북쪽에서 본 월광사지 부근 월악산"이라는 제목의 1921년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버러리를 보면 아시다시피, 월악산으로 검색하면 일제시대 내내 그리고 해방후 1980년정도 될때까지 기사화된게 거의 없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1984년 국립공원이 되면서부터 비로소 세상에 선보인 셈입니다. 그런만큼 1921년 사진이라는 건 상당히 충격적인거죠.

 

 

 

월광사지가 어딘가 싶어 검색했더니 주소가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산9-3'이군요. 주변에는 월악산 산군이 바투 다가와 서 있습니다. 월악산을 진산으로 해서 세워진 신라사찰임이 틀림없습니다.

 

 

사진 중 정상 부근을 확대하여 찍어 보았더니 이렇습니다. 암봉과 눈속에 드러난 바위들이 월악산의 '악(岳)'인 듯 합니다. 확신을 기하기 위해 검색해보았습니다.

 

 

충주호에서 바라본 월악 영봉과 똑같군요. 따라서 사진은 월광사지에서가 아니라 월광사로 가면서 찍은 . 사진을 찍은 위치는 월광사를 향해 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앵글을 찾아 찍은 걸로 보입니다.

 

총독부가 계룡산, 속리산, 지리산 등 명산을 제켜두고  무명의 산과 다름없는 월악산을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월광사 원랑선사 탑비 때문입니다.

 

 

산속에 방치되어 있던 외로운 보물 360호, 원랑선사 탑비를 그들은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이 탑비를 해체하여 수십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1922년 경복궁으로 옮깁니다. 이게 잘한건지 못한건지 현재시점에서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무엇하겠냐마는,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깨끗한 화질로 1921년 월악산 사진이 찍힐 수 있었던 까닭은 천년전 신라 말기의 큰스님이었던 원랑 선사의 법력 때문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단언컨대, 이보다 더 앞선 월악산 사진이 있기 어려울거라 봅니다.

 

사진에 아마추어인지라 말하기 좀 그러한데요. 제가 보기에 이 사진 참 잘 찍은 것 같습니다. 가까이 들판이 있고, 가운데에 야트막한 산을 배치하여 주인공인 월악산 영봉의 높이와 준험함을 드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흑백의 대비는 마터호른을 보는 느낌조차 갖게 되네요.

 

 

 

 

이상 산악계에 월악산 최초의 사진을 소개할 수 있는 능력^^의, 전세계 하나뿐인 등산박물관인 '우리들의 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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