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왜 금정산이 아니라 달음산, 천태산일까?
지금 보면 설마 그럴까 싶지만, 부산의 진산 금정산 뺏지는 왜 보기 어려울까?
외지인은 처음 들어볼 달음산이나 천태산도 있는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로세.
똑같은 뺏지를 예전에도 구입한 적이 있는데, 높이가 585m에 불과한 달음산 뺏지이다. '동래군 좌천'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런 행정관청명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게 이 뺏지를 제작한 연도를 알게 한다. 경상남도 동래군 좌천면은 1973년 양산군에 통합되었다 하니, 이 뺏지는 1970년대 전후가 되겠다. 현재는 부산시 기장군 좌천이라고 한다.
스타일이 날렵하게 생긴 티롤 모자에 천태산 등반이라고 적혀 있다. 예전이라고 한다면 영동 천태산이라고 지레짐작했을텐데, 달음산 때문에 검색해보니 이 산은 부산 근교의 산임을 알게 된다.
두산백과에는 달음산은 야트막하긴 하지만 팔기산과 함께 기장군의 2대 명산이며, 지난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원동 천태산,서청 대운산 등과 함께 지역의 등산애호가들이 부담없이 찾았던 산이라고 적고 있다. 이 뺏지도 70년대 초에 만들어졌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부산의 천태산이겠다. 은행나무가 유명한 영국사가 있는 천태산은 같은시기 지방의 무명의 산에 불과했을 것이다. 소장하고 있는 충청도 천태산 뺏지를 보니 8,90년대에나 되어서야 만들어졌다.
부산안팎의 명승지 뺏지로 1위는 해운대이다. 2위는 용두산. 재미있는 것은 이 두곳은 외지인들에게도 유명한만큼 종류가 상당히 많다. 산만 놓고 보자면 어디일까?
사찰로는 범어사가 제일 앞선다. 물론 범어사도 금정산에 있어니 금정산 뺏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범어사 뺏지는 금정산이 아니라 범어사를 기념하려는 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달음산이 같은 걸로 2개, 천태산 역시 같은 걸로 2개가 있는데 반해 금정산은 아직 하나도 구입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얼까.
첫째, 금정산이 지금은 부산과 부산 산악계의 진산이긴 하다. 그러나 당시 등산을 즐긴 이들은 주로 도시인 그것도 서울사람들이고 그들에게 금정산은 달음산, 천태산과 함께 지방의 무명의 산에 불과했을 수도 있겠다. 그시절 서울사람들은 광주의 진산 무등산, 부산의 진산 금정산보다 이를테면 내연산, 대둔산을 훨씬 좋아했다.
둘째 가능성으로는 뺏지는 외부인들이 주로 구입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야겠다. 금정산과 달리 부산시민들에게 달음산과 천태산은 교외의 산이라고 인식해서일 가능성도 있겠다.
그런데 같은 시기 부산에 살면서 등산과 여행을 즐기면서 뺏지를 컬렉팅한 분의 컬렉션을 상당량 구입한 적이 있다. 그의 컬렉션에 담겨 있는 부산에는 용두산, 송도, 오륙도, 금강공원, 태종대 등등은 있지만 금정산은 없다.
금정산은 뺏지가 없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동안 컬렉팅한 기간을 염두에 두면, 있더라도 상당히 적을 거라 본다. 언젠가 만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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